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김도현 / 특수교육학개론 독후감
쥘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계 일주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고르게 하였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인데도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기상천외한 이야기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쥘베른은 매우 풍부한 상상력과 어휘 선택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든지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히로인인 필리어스 포그(이하 포그)는 굉장히 단단하고 정직하면서 참 다부진 인물이다. 그는 매일 같은 패턴의 삶을 살고 있는데 그가 유일하게 하는 외출은 혁신클럽에 가서 휘스트 게임을 즐기려는 목적의 외출뿐이다. 그리고 포그가 고용한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는 방랑생활에 지쳐서 고요한 삶을 찾다가 결국 여행도 없고 매일 철칙같이 원칙을 지키면서 사는 포그를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포그는 혁신클럽의 회원들과 80일 만에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거액의 판돈을 놓고 내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즉시 포그는 파스파르투와 함께 세계 일주를 시작한다. 결국, 고요했던 그들의 삶에 한 바탕 큰 회오리가 몰아닥친 것이다. 쥘베른은 세계 일주를 하며 포그와 파스파르투가 겪는 우여곡절을 재치 있게 묘사한다. 정작 세계 일주를 하지만 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경치, 풍경들은 무시해버리고 주구장창 교통수단만을 이용하는 포그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자세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던진다. 또한 각 나라 별 에피소드에서 해당 국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하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 시기이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각종 교통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는 필리어스 포그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냉철하면서도 때로는 감정적이고, 정직하고 바른 태도를 보이면서도 때로는 무척이나 과감한 그야말로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이중적인 성향을 보이는 캐릭터이다. 과연 그가 세계 일주를 통해서 얻으려고 하였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거액의 판돈 때문이었을까? 세계 일주를 하게 된 동기는 판돈이었을지는 몰라도, 그 과정에서 포그가 얻은 것은 단순히 금전적 이득이 아니다. 혈혈단신이었던 포그가 사랑에 눈을 뜨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고 조금 더 살맛나는 세상을 만나게 된 그 자체가 승리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만약 내가 포그였다면 2만 파운드씩이나 내기에 걸진 못했을 것이다. 포그는 꽤나 용감하고 하고 냉정한 사람이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감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려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반면 픽스 형사는 의심과 오해로 시작해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세계 일주를 마쳤다. 좀 더 신중했더라면 돈도 얻고 명예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포그가 풀려날 때 픽스 형사를 때려 준게 나도 모르게 통쾌했다. 픽스 때문에 내기에서 질 위기에 처했던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또, 파스파르투는 왜 일찍 포그에게 픽스가 형사라는 사실과 그를 체포하려 한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을까? 조금 더 일찍 말했더라면 포그가 체포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파스파르투의 행동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큰 일을 해낸 적도 있지만 종종 내가 파스파르투였다면 절대 이런 짓은 안했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미련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포그가 내기에서 이기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 80일이란 기간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시간이다. 1초로 내기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나는 1분 1초를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고 있을까? 시간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하지만 돈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 낭비할 수도 있다. 포그는 돈으로 배를 사고, 코끼리를 사서 시간을 벌었다. 오늘부터라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 우주의 시간에 비해 우리의 시간은 매우 짧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초침은 돌아가고 있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의미를 달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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